농장이야기

창성농원(http://365tree.com)사장님
경험담을 담은 글입니다. 농장을 시작하여 어려웠던 과정을 지나
농장주의 꿈을 실현해 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봤습니다.

진안 아주머니 이야기 / 소귀를 가위로 자른 아주머니

관리자 | 2003.09.19 19:48 | 조회 1754

전북 진안에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수몰지역에서 이주민 100여 가구가 창성농원 4농장 인근으로 4년 전에 이주해와 살고 있다.
올 봄에 6,000평의 논에 사철나무를 심으면서 그 아주머니들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10여 명의 동네아주머니들이 저희 농원 일을 도와주셨는데, 대부분이 65~73세까지이다.
그렇게 건강하시던 분들이 70이 넘어서자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이제는 일할분이 몇 분 되지 않는다.
임대하여 사용하는 논주인 아주머니에게 애로점을 말씀 드렸더니 진안에서 이주해 온 아주머니를 소개해 주셨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8시에 일을 시작했는데, 진안 아주머니들은 7시부터 일을 시작하신다.
올해는 비가 자주와 논에 장화를 신고 나무를 심어야만 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고랑이 질다는 소문이나, 서로 오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진안 아주머니들은 6,000평의 논에 장화를 신고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사철나무 묘목을 다 심어 주셨다.
부지런하시고 무슨 일을 해도 정성껏 해주신다.
주인이 있든 없든 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참으로 고마우신 분들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일하면서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들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아주머니 중에 키가 제일 작으신 분 애기다.
그 아주머니는 1m 40cm가 될 듯, 말 듯 한 키인데, 아주머니의 남편의 키가 1m 80cm 넘었다고 한다.
아저씨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겁이 많으셨는데, 어느 날 밭을 매고 있는데, 남편이 허겁지겁 달려와서 숨을 헐떡이며 하는 말이 “큰일 났으니 빨리 집에 좀 가봐라.” 하셔서 무슨 일 있는 가 놀랜 마음에 달려가 보니 외양간에 메어놓은 큰 황소가 광난(급체)을 해 눈을 하얗게 부릅뜨고 ‘일어났다’, ‘앉았다’를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배를 쓰다듬어 주면 안정을 취하는데, 하필 그 황소는 평상시에도 사람손이 닿기만 하면 발길질을 하고 신경질을 부리는 다혈질적인 난폭한 성질이라, 눈이 뒤집힌 황소를 쓰다듬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는지 무서워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부엌으로 가서 가위를 가져와 등 뒤에 감추고 소머리 앞에 가만히 한참을 서 있다가 갑자기 소귀에 가위를 대고, 눈을 딱 감고 인정사정없이 귀를 자르고 도망쳤단다.
멀찍이 도망가서 소를 쳐다보니, 귀가 반절이나 잘려져 외양간에 나뒹굴고 ….
5분정도 시간이 지나자 황소는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일을 멈추고 안정을 취하더란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그렇게 크게 웃어본 기억이 없다.
위급한 상황에서 소귀를 잘라 피가 통하게 해 급체해서 죽을 뻔 한 소를 구했던 것이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362개(69/69페이지) rss
농장이야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 농원을 찾아오는 사람들 레벨 11 관리자 1863 2003.09.19 20:25
>> 진안 아주머니 이야기 / 소귀를 가위로 자른 아주머니 레벨 11 관리자 1755 2003.09.19 19:48
0 농사지으며 제일 화가 났던 일 레벨 11 관리자 1992 2003.09.14 14:17
-1 거래의 시작은 구매자를 믿는데서 부터 레벨 11 관리자 1735 2003.09.14 13:48
-2 돈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 레벨 11 관리자 1827 2003.09.13 19:57
-3 세 번째 농사 [4] 레벨 11 관리자 1894 2003.09.10 10:19
-4 두 번째 농사 레벨 11 관리자 1771 2003.09.09 17:14
-5 첫 출하 레벨 11 관리자 1910 2003.09.09 15:33
-6 묘목을 심고 한달 후 레벨 11 관리자 2125 2003.09.08 22:19
-7 사철나무 재배를 하게된 계기 레벨 11 관리자 2324 2003.09.08 20:15
-8 사철나무와의 첫 만남 레벨 11 관리자 2136 2003.09.06 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