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이야기

창성농원(http://365tree.com)사장님
경험담을 담은 글입니다. 농장을 시작하여 어려웠던 과정을 지나
농장주의 꿈을 실현해 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봤습니다.

세 번째 농사

관리자 | 2003.09.10 10:19 | 조회 1893

이상한 일이다.
내가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결국 내 것이 되고 만다.
집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양돈단지 내에 8,000평되는 밭이 있는데 인근에서는 제일 큰 밭이다.
저렇게 넓은 땅에 나무를 심어 보았으면 좋겠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욕심을 부렸는데 이상하게 내 것이 되고 말았다.
1,600만원을 일시불로 주고 5년을 임대했다.
처음 농사에서 생 계분을 넣어 실패하고 두 번째는 걸음을 안 넣어서 실패하고 나니 이번에는 많은 걸음을 넣어야겠다고 생각되어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걸음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양돈 단지 내에서 나오는 춘산분뇨를 무상으로 원하는 만큼 뿌려준다 하기에 나무 사장님에게 상의를 했다.
아무해가 없으니 걱정 말고 많이만 넣으란다.
그해겨울 11월 중순에서 2월 중순까지 3개월간 트랙타로 밭에 로터리를 치고 그 위에 분뇨가 나오는 호스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온 밭에 2번을 뿌렸다.
특수 제작된 5톤 대형 분뇨차로 500차가 밭에 뿌려졌다.
거름을 다 뿌리고 나서 사장님이 한번 밭을 둘러보시고 거름한번 원 없이 뿌렸다고 흡족해 하셨다.
한번을 더 뿌릴 수 있으면 더 뿌려 주리셨지만 혹시나 위험할 것 같아 걸음 내는 일을 종료하고 발효제를 뿌리고 가스가 빠지라고 트랙타로 몇 번을 갈고 4월초에 사철나무 묘목 40만주를 구입해 심었는데, 이번에도 나무가 서서히 말라주기 시작하더니 한 달 후에 70%가 말라 죽었다.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나무 사장님의 자문을 받아 그 추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우내 시린 손을 참아가며 거름을 뿌리고난 결과가 이것이라니.
그 40만주의 묘목을 심는데 임대료, 묘목 값, 인건비로 5,000만원이 들어갔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창피해서 머리를 들 수 없었다.
애기엄마의 잔소리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사철나무 농사를 포기해야 하나….
농사를 지면서 연속된 3번의 실패 나에겐 최악의 위기였다.
열심히 산다고 살아 왔는데 빛이 한순간에 눈 덩이처럼 불어났다.
내가 여기에서 포기해야 하나 다시 시작해야 하나를 수없이 고민하다가 다음해에 묘목을 사서 다시 심었다.
그 나무가 이제 3년이 되었는데 땅속에 묻혀있는 엄청난 량의 거름을 먹은 사철나무가 이제는 쭉쭉 기지개를 펴며 정신없이 자라고 있다.
두 번째 농사에서는 나무가 자라지 않아 고민 이었는데 요즈음은 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 고민 아닌 고민이다.
지난해 가을 2002년부터는 그곳에서 풍부한 유기물을 먹고 자란 사철나무가 출하되면서 창성농원 사철나무가 이름값을 하게 되었다.
8,000평의 밭에 40만주의 사철나무가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창성농원 3농장이다.
이곳에서 사철나무가 출하되면서 살림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무슨 나무를 심어야할지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할지에 대해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사람마다 이런저런 말을 하지만 아무도 조언을 해주고 그 결과에 대해선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보고도 사장님 때문에 농사를 망치었다고 말 한마디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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