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이야기

창성농원(http://365tree.com)사장님
경험담을 담은 글입니다. 농장을 시작하여 어려웠던 과정을 지나
농장주의 꿈을 실현해 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봤습니다.

나에게 암울했던 시기의 이야기

전종현 | 2020.01.20 00:12 | 조회 703

예전에 나는 나에게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이야기라는 글을 2004년에 인터넷에 올렸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좌절과 절망 속에 있었지만 때가 되니 마음 것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날도 왔었다.

농원을 접고 수년동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서 많이 힘이 들었다.

돈이 나오는 곳은 없이 끝도 없이 들어갔다.

지난해까지 매년 봄마다 시행착오를 거듭했는데 그 때마다 수천만원씩에 손해를 해마다 보았다.

지난 20년에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조급함이 그러한 결과를 불러온 것 같다.

2년 전에는 한해에 농원 운영비로 3억이 들어갔다.

나무를 팔아 들어오는 돈은 미미했다.

내가 직접 일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들었고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 해서 정신적으로도 힘이 들었다.

지치도록 힘들고 암울했던 시기는 이제 지난 것 같다.

지나온 수년간에 시간을 돌아보며 힘들고 암울했던 시기에 나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두 사람이 떠오른다.

한분은 부천에 성재조경 사장님이시다.

나무를 다시 키워 놓았는데 판로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사장님이 1,2미터와 1,5미터 1만주가 넘는 사철나무를 주문해주셔서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나무도 좋았지만 가격도 비싸게 잘 받았다.

1,2미터를 1,600원을 받은 것 같다.

그 돈으로 7,000평 문중 소유의 좋은 밭을 임대할 수 있었다.

나는 아마도 그 사장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분에 고마움을 마음에 담았기 때문이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나에게 힘이 되어주셨기 때문이다.

힘들었던 시기에도 변함없이 나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던 인근에 동생이 고마움으로 남는다.

그 바쁜 일상 중에도 나의 전화 대부분을 받아주었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언젠가 내가 자리를 잡으면 나의 기쁨을 동생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나로 살고 싶다.

아래에 2004년에 쓴 글을 첨부한다.

16년 만에 이글을 새벽에 다시 읽으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한참을 울었다.

 

 

 

 

나에게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이야기

13년 전 S석재에서 지게차 기사로 야간 일을 2년간 한 적이 있었다.
사장님은 한가한 시간이 있으면 공장에 오셔서 사장님이 살아오신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다.
어느 날은 사장님의 인생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사장님은 익산시(이리시) 중앙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셨는데 사업이 부도가나 빈털터리가 되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는데 할 말한 일이 없어서 아는 사람이 없는 논산이나 부여장등 인근의 장날 시장에 돌아다니며 사장님이 할 수 있는 장사가 없을까하여 둘러보니 사장님의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가 있었다.
시장바닥에 주방용품을 펼쳐놓고 파는 곳이 있었는데 숟가락 젓가락에서부터 시작하여 포크, 국자, 대접, 뒤집개 등 없는 것이 없었는데 멀찍이 서서 오랜 시간을 지켜보니 장사가 제법 잘되어서 그분에게 다가가 사업에 망하고 할 것이 없어서 그러니 나도 장사를 할 수 있게 물건 구입처를 가르쳐 달라는 말에 경계를 하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절대로 그 장사가 다니는 장에는 따라다니지 않겠다며 간곡히 부탁하니 그제야 구입처를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그 장사가 가르쳐 주는 곳에 찾아가 이것저것 물건을 한 보따리를 사서 짊어지고 사장님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타 지역의 장날마다 옮겨 다니면서 물건을 파셨는데 유난히 논산 장에서 텃세가 심했다.
하루는 사장님이 좌판을 펼쳐 놓으면 옆에 있는 사과장사가 그 좌판을 걷어버렸다.
아무 말 없이 다시 펼쳐놓기를 몇 번을 반복하다가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어 사장님은 사과장수의 머리를 죽을힘을 다해 사장님의 머리로 들이받자 사과 장사는 땅바닥에 나가떨어졌다.
한참 후에 일어난 사과장사는 그만 꽁지를 내리고 더 이상의 텃새를 하지 않았다.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하는 절박했던 상황에서 장사를 시작 한 것이라서 사장님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사장님이 팔고 다니시던 물건들은 마진은 많았지만 장사를 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오면 얼른 비를 맞지 않도록 덮어놓지 않으면 금세 빨갛게 녹이 슬어 팔수가 없었다.
눈속임으로 파는 물건이었던가 보다.
30여 년 전 초등학교 1-2학년 때쯤 두메산골인 나의 고향마을에 그릇장사가 등짐에 밥그릇을 많이 짊어지고 와서 모두 다 팔고 간 일이 있었다.
그릇장사는 자신이 파는 그릇을 꺼내놓고는 어머니에게 부엌에서 쓰고 있는 그릇을 가져오라더니 가족들 앞에서 자신이 파는 밥그릇이 얼마나 튼튼하고 강하게 잘 만들어졌는지 시범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그릇은 두 손으로 힘껏 누르면 약간 오므라들었다가 손을 놓으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었는데 그 장사가 파는 물건은 아무리 힘이 센 아버지가 두 손으로 눌러도 끔적도 하지 않았다.
장사가 하는 말이 이 그릇은 이렇게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다고 그릇 자랑을 하자 할아버지는 마음에 들었던가보다.
그 그릇을 잔치할 때 쓴다며 몽땅 사놓았다.
2-3일후 그 그릇은 한번 사용한 후 녹이 나서 결국 비싸게 주고 산 밥그릇을 엿장수에게 주고 말았다.
밥그릇은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야하는데 원가가 싼 그냥쇠로 그럴듯하게 만든 것이어서 물에 닿으면 녹이 슬었던가보다.
처자식을 위해 양심을 속여 가며 주방용품을 시장바닥에서 파는 사장님의 심정을 이제는 나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장님은 머리가 좋으신 분이셨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식량자급 차원으로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보급, 권장을 하였는데 정부에서도 큰 고민거리가 하나가 있었다.
통일벼는 수확량은 많았지만 미질이 떨어지고 쌀의 강도가 너무 약해 기존의 정미소의 시설에서 도정을 하면 회전하는 고무 롤러에 의해 벼에서 왕겨가 벗겨지면서 쌀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싸라기가 되어 버렸다.
사장님은 통일벼를 도정해도 쌀이 부러지지 않고 왕겨를 벗겨낼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낸 후 특허를 신청하여 정미소 설비를 제작하는 곳에 특허를 팔아 많은 로열티를 받으셨고 직원으로 활동하시다가 석재공장을 하셔서 많은 돈을 버시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사신다.
사장님은 숟가락을 싸들고 다니며 장사하던 시절이 있었기에 없는 자의 설움과 아픔을 아셨다.
직원들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잘해 주셨다.
해마다 복날이면 어김없이 닭을 삶아다가 먹이고 회식도 자주했다.
어느 날에는 물머리집이라는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오리탕집에서 오리 탕을 먹었는데 나는 어찌나 맛있던지 밥을 3공기나 먹고 말았다.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장님은 속으로 겁이 나더란다.
사장님은 직원들에게도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사장님에게는 그렇게 암울했던 시기에 인생의 많은 교훈을 얻어 더 이상 사업에 실패하지 않고 사업에 성공하셨다.
안타깝게도 요즈음에는 밀려오는 중국산 석제품으로 날이 갈수록 일이 줄어들고 있다.
창성농원 1농장이 내가 다니던 석재공장 바로 앞에 있어 나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마음속으로 복을 빌어본다.
사장님께서 건강하시고 사업이 번창하기를…….
나는 그 사장님에게서 많은 은혜를 입었다.
내가 직원으로 일하면서 그 사장님은 나의 성공의 모델이었다.
사장님의 암울했던 시기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용기를 주었다.

나에게도 암울했던 시기가 있었다.
4년 전 세 번의 연속된 농사 실패로 인해 빛이 늘어났는데 동생의 사기로 4000여만 원의 빚을 더 지어 빚은 한순간에 눈 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해봄에 5,000만원의 돈을 투자해 3농장에 사철나무를 심었는데 식재 후 1개월 후에는 70%가 밑거름을 잘못하여 말라죽고 말았다.
열심히 산다고 살아 왔는데 한순간에 빛은 눈 덩이가 되어 버리고 설상가상으로 허리 디스크가 심해져 나는 아주머니들에게 죽은 곳에 나무를 때우도록 일을 시키고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하여 밭두둑에 누워있어야 했다.
밭에 앉아 있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밭두둑에 누어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렇게 각박하게 사는 나의 인생이 한없이 서글펐다.
어렵게 다시 심은 묘목마저 또다시 말라죽고 말았다.
나는 남보다 강한 정신력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허리 디스크의 통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 6월쯤 되어서는 나는 더 이상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아침에 자동차를 운전하려 운전석에 앉은 후 머리를 차안으로 들여놓지 못했다.
통증이 그토록 심하여 머리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3-4분이 지나서야 머리를 차안으로 들여 놓을 수 있었다.
양계를 할 때 계란을 보관하던 1,5평되는 좁은 방에 에어컨을 틀러놓고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일손을 놓고 누워 있어야만 했다.
몸이라도 성해야 일할 수 있는데 이제는 몸도 말을 듣지 않는다.
나에게는 더 이상의 희망도 용기도 정신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방에 누워 있으면 천장에 아이들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니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나야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 밖에는…….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나에게 이전같이 건강이 회복되어 나의 사업을 일으킬 수 있게 해달라고 창성농원이 하나님의 은혜로 창성케 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임 받는 도구가 되게 해달라고…….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들으셨나보다.
8월 말쯤 3개월 만에 자리에서 일어나 15,000평의 밭을 둘러보았다.
나무 사이로 풀이 사람 키보다도 높게 자랐다.
안되겠다 싶어 다음날부터 아픈 허리를 참아가며 밭에 나가 풀을 베는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극심했던 통증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칼로 살을 찢는 것 같은 극심했던 통증이 이제는 미세한 통증도 남아있지 않고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그해 가을 나무를 팔아 나무 사장님에게 빌린 돈 4,000만원을 갚고 사장님에게서 독립하고 내 사업을 시작했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이란다.
나는 지혜롭지 못하여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3개월간 누워있어야만 했던 시기가 내 인생에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다.
나에게는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비전도 없어보였다.
어두운 먹구름이 나의 인생에 창성농원에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어두운 먹구름을 헤치고 창공으로 올라가면 찬란한 햇빛이 빛나는 곳이 있다는 것을, 갑자기 큰비가 내리려고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면 참새들은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해 숨느라고 정신이 없다.
하지만 독수리는 어두운 먹구름을 헤치고 높이 높이 올라간다.
독수리가 올라간 구름위에는 찬란한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한 마리의 독수리가 되고 싶었다.
나는 찬란한 햇빛을 보기위해 오늘도 창공을 향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어두운 밤은 가고 멀리서 창성농원의 아침이 밝아 옴을 이제는 느낄 수 있다.
먼 훗날 나도 사장님처럼 삶이 고달프다하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암울했던 시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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