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수와 독립수] 느티나무

시골 어귀에 들어서면 마을 앞에서 어김없이 만나는 정자나무가 있습니다. 이 정자나무는 동네사람들의 교류의 장소였으며 고된 농사일을 한 후에 쉬는 휴식처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자나무로는 회화나무, 팽나무, 은행나무 등을 심었지만 어떤 나무보다 느티나무가 많으며, 또 최고로 칩니다.
이처럼 느티나무가 정자나무로 사랑을 받는 데는 잎이 무성하여 녹음이 짙고, 병충해가 별로 발생하지 않으며, 나무의 수명이 길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어려서는 볼품이 없지만 커 갈수록 티가 나는 나무. 그래서 느티나무라 하며 한자이름은 괴목(槐木)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느티나무는 13건이 있는데, 이는 은행나무 19건, 소나무 17건 다음으로 많은 수입니다. 또 노거수로 보호받고 있는 나무의 58%가 느티나무입니다. 현존하는 최고령 느티나무는 부산시 기장군 함안읍에 있는 노거수로 나이는 약 1,300살로 추정되는 나무입니다.
느티나무는 과거의 정자수에 머물지 않고 21세기를 상징하는 미래의 나무이기도 합니다. 산림청에서는 느티나무가 우리나라의 번영과 발전을 상징하며, 역사성과 문화성을 지니고 있고, 새 천년 동안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나무라는 이유로 밀레니엄나무로 선정하였습니다.
속명 젤코바(Zelkova)는 코카서스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름 젤코와(Zelkowa)에서 유래되었으며, 종명 세라타(serrata)는 '톱니가 있는'이라는 뜻으로 느티나무 잎에 톱니가 있는 것을 나타냅니다.

“느티, 하고 부르면 내 안에 그늘을 드리우는 게 있다/ 느릿느릿 얼룩이 진다 눈물을 훔치듯/ 가지는 지상을 슬슬 쓸어담고 있다/ 이런 건 아니었다, 느티가 흔드는 건 가지일 뿐/ 제 둥치는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권혁웅의 <내게는 느티나무가 있다1>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