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조경수] 단풍나무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산행(山行)>이라는 시에서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더 붉어라[霜葉紅於二月花]."라고 읊었습니다.
이처럼 봄꽃보다 가을단풍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을이면 온 산을 곱게 물들이는 단풍의 사전적인 뜻은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의 녹색 잎이 빨간색, 노랑색,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잎 속의 색소가 안토시안(Anthocyanin)이면 빨간색으로, 카로틴(Carotene)이나 크산토필(Xanthophll)이면 노랑색 단풍으로 변합니다.
이는 단풍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추운 겨울을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흔히 단풍을 가을이 되면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드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요즘은 원예품종이 많아서 새 잎이 나올 때부터 빨간 잎을 가지고 나오는 것, 단풍 들지 않고 떨어질 때까지 녹색 잎을 가진 것 등 상식을 초월하는 단풍나무가 많습니다.
이 중에서 홍단풍은 잎이 피어날 때부터 붉은 색인 단풍을 말하며 홍단풍의 품종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조경에서 말하는 홍단풍은 일본에서 개발 육성한 '가짜 단풍'을 단 노무라[野村]단풍을 말합니다.
단풍나무의 종류는 세계적으로 2백여종이 넘으며 주로 북반구의 온대지방에 분포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단풍나무, 당단풍, 내장단풍, 섬단풍 등의 특산종이 있으며, 단풍이라는 이름은 달지 않았지만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나무, 신나무, 복자기나무, 청시닥나무, 복장나무 등도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을 자랑합니다.

단풍나무의 속명 에이서(Acer)는 라틴어로 '갈라지다'라는 뜻으로 잎이 갈라진 모양을 나타낸 것이며, 종명 플라티움(palmatum) 역시 손바닥을 뜻하는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단풍을 카에데라고 하는데 단풍잎의 모양이 '개구리 손'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중국에서는 단풍나무를 단풍(丹楓)이라 쓰지 않고 단풍나무 척(槭)자를 써서 척수(槭樹)라 합니다.
단풍나무는 프로펠러처럼 생긴 시과(翅果)가 특징인데, 이는 열매를 멀리까지 날려 보내서 많은 자손을 퍼트리기 위한 생명체의 본능인지도 모릅니다.

단풍나무는 공원, 정원, 아파트단지, 가로 등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조경수입니다.
자연수형으로 키우기 때문에 전정하는 수고로움도 덜 수 있습니다. 항상 붉은 홍단풍은 푸른색 수목이나 잔디밭을 배경으로 심으면 잘 어울립니다.
봄에 새싹을 즐길 수 있는 품종, 사계절 같은 색의 단풍을 즐길 수 있는 품종, 가지가 늘어지는 품종 등 식재 장소에 알맞는 종류를 골라 심으면 좋습니다.
네군도단풍, 해변고로쇠나무, 중국단풍나무 등은 가로수로 인기가 높습니다.
원예종으로 개발된 것 중에는 진홍, 노란, 주황 등 여러 가지 색의 품종이 많으며, 이들을 혼식하여 색채의 변화와 대비를 즐기는 것도 감상의 좋은 방법입니다.

단풍나무는 자연수형을 좋아하므로 강전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액의 이동이 빨리 시작되므로 아침 온도가 4~5도가 되면 싹이 트기 시작합니다.
2월에 들어서 가지를 꺽어보면 이때 벌써 수액이 나오기 때문에 전정은 이것보다 일찍 해야 합니다.
1년에 한번 정도 겨울철에 내부에 햇볕이 잘 드는 정도로 가볍게 전정해 줍니다. 만약 전정시기가 늦어지면 자른 부분에서 수액이 흘러나와 나무가 쇠약해집니다.
자른 부위에는 반드시 보호제를 발라줍니다.
나무의 크기를 결정하고, 희망하는 높이에서 잘라줍니다(A).
마주나기한 가지의 한쪽을 잘라서 어긋나기한 형태로 만들어 주면 아름다운 수형이 나옵니다(B).

하루 종일 볕이 들거나 서향볕이 강한 곳은 피해서 식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옥한 사질양토, 다소 습기가 있는 곳이면 단풍이 더 곱게 듭니다.
2월에 밑거름을 주고, 가을에는 비료를 주지 않아야만 색이 좋은 단풍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햇볕을 많이 받고 밤낮의 온도차가 크면 단풍이 곱습니다.
지면이 건조하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공급합니다.
단풍나무는 싹이 일찍 나오기 때문에 봄에 이식할 때는 가능하면 빨리(2~3월초) 이식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식할 때 물을 충분히 줍니다.
큰 나무는 줄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짚이나 거적으로 싸서 이식합니다.
건조를 방지하고 흙속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뿌리 주위를 퇴비로 멀칭해주면 좋습니다. 

푸른가지꽂이는 쉽고 활착율도 높습니다. 5~8월에 그해에 나온 가지 중에서 생장이 멈춘 것을 삽수로 사용하고, 3년생 이상 된 산단풍을 대목으로 사용합니다. 유전적인 형질이 같은 묘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접붙이기로 묘목을 생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