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조경수] 자귀나무

'자는데 귀신같은 나무'라 하여 자귀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자귀나무는 합환수(合歡樹),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는 모두 부부의 금슬이 좋은 것을 의미합니다.
아까시나무의 잎은 홀수개로 가운데 잎맥을 중심으로 포개면 맨끝의 한 잎이 남지만 자귀나무의 잎은 짝수개이기 때문에 양쪽이 완전히 겹쳐지는데, 이 또한 부부의 좋은 금슬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날이 어두워지거나 밤이 되면 양쪽 잎이 마주 붙어 있는 모양이 부부가 밤에 사이좋게 붙어 자는 모양과 같다하여 이 나무를 앞마당에 심으면 부부의 금슬이 좋아진다고 여겼습니다.
고대 중국의 두양이라는 사람의 부인은 5월 단오에 자귀나무 꽃을 따서 말린 다음 베게 속에 넣어 두었더니 부부사이가 좋아졌다고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부부금슬에는 좋은 나무인 모양입니다.
자귀나무가 밤이 되거나 날이 어두워지면 잎이 서로 붙게 되는 것은 수면운동을 하기 때문인데, 광선과 온도의 영향으로 흐린 날이나 무더운 여름 한낮에도 일어납니다.
6~7월에 연분홍색 꽃이 만발하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치 비단과 같은 부드러운 질감을 나타내므로, 영어이름은 실크 트리(Silk tree)입니다.
속명 알비지아(Albizzia)는 18세기경 자귀나무를 유럽에 처음 소개한 이탈리아의 귀족 알비지(Albizzi)에서 유래되었으며, 종명 쥴리브리신(julibrissin)은 페르시아어로 '비단 꽃(silk flower)'이라는 의미입니다.

자귀나무 꽃은 한복치마에 수놓은 공작새같은 느낌을 들게 할 정도로 단정하고 아름답습니다.
잔디가 있는 넓은 전통정원이나 공원에 첨경목으로 잘 어울립니다.
해가 잘 드는 곳에서는 수형이 우산처럼 옆으로 펴지는 성질이 있으므로 녹음수로도 적격입니다.
공원녹지, 아파트단지, 자연공원 등에 첨경목, 녹음수, 가로수 등으로 활용하기 좋은 나무입니다.
꽃이 지고 난 후에 열리는 콩깍지 모양의 열매가 겨울 내내 달려있어서 볼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나무의 별명인 합환수, 야합수, 애정목 등에 어울리게 주택 에 한 그루정도 심으면 그 의미가 한층 더 할 것입니다.

맹아력이 약하기 때문에 강전정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위로 자란 가지와 웃자란 가지를 쳐주는 정도로만 전정해 줍니다.
수관이 옆으로 퍼지기 때문에 아래쪽 가지를 잘라주어 위쪽 가지가 옆으로 잘 퍼지게 해줍니다. 전정은 2~3월이 적기입니다.
가지를 자를 때는 분기점 바로 위에서 잘라주며 자른 자리가 큰 경우에는 70% 알콜로 소독하고 톱신페스트 같은 보호제를 발라줍니다.

해가 잘 드는 곳이면 어디든지 잘 자랍니다.
뿌리의 생장력이 좋기 때문에 산기슭의 다소 습한 곳이나 강변의 수습지에 심어도 잘 자랍니다.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옆의 나무와는 거리를 띄울 수 있는 넓은 장소에 심으면 자연수형을 즐길 수 있습니다.
뿌리가 굵고 거칠어서 이식이 상당히 어려운 나무입니다.
4월 중하순이 이식적기입니다.
2번에 걸쳐 뿌리돌림을 해서 잔뿌리를 충분히 나오게 한 후에 이식하더라도 100% 활착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