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나무 이름,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1편)

관리자 | 2013.09.09 10:45 | 조회 5787

북한의 나무 이름,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1편)

 

이 글은 박상진 경북대교수(임산공학과)님의 글입니다.

조경을 공부하고, 조경으로 밥먹는 사람으로서

조경수에 대하여 많이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농장, 수목원 혹은 공원·녹지만 벗어나면

나무이름 맞추기가 참 어렵습니다.

 

남북한이 분단된지 벌써 60여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로인하여 사상뿐만 아니라 문화등이 많이 다를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말이 다르기 때문에 그러할 것입니다.

이 글은 나무의 명칭에 관한 내용입니다.

글을 읽어보시고 한번쯤 고민하시고, 되새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들어가기

반세기가 넘은 남과 북의 분단이 계속되면서 민족의 동질성이 차츰 멀어진다는 지적은 우리 모두를 가슴아프게 한다. 문화의 차이-특히 언어의 쓰임새 차이는 심각한데, 일상생활용어는 물론 나무이름이라는 전문영역에서 찾아본 차이점도 놀랄 만큼 크게 다가왔다.북한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에서 1988년 간행한 <식물원색도감>을 대상으로 하여 나무이름을 비교하여 보았다. 책의 서문에 <식물이름은 학계에서 토론된 통일 명을 주었으며 오랫동안 부르던 이름도 일부 종들에 대하여는 괄호 안에 주었다>하였으므로 일단 북한에서 통일된 이름이라고 한 것만 조사하였다. 방울나무, 검정알나무, 구름나무, 넙적나무, 담장나무, 살매나무, 추리나무, 찔광나무, 풍양나무 등 같은 말을 쓰는 우리 민족의 나무 이름이 아니라 아득한 먼 나라의 생소한 이름처럼 들린다.

 

2. 열매, 꽃, 잎 등 나무의 독특한 특징을 잘 살린 이름들

 

나무의 특징을 쉽게 짐작할 수 있고 고운 우리말의 특성을 잘 살린 나무 이름도 많다. 방울나무(버즘나무, 플라타너스-동그란 열매가 방울 같음), 검정알나무(쥐똥나무-새까만 열매가 작은 알 모양), 푸른검정알나무(광나무-쥐똥나무와 거의 같으나 늘푸른나무), 구슬피나무(염주나무-피나무의 한 종류로서 새까만 구슬모양의 열매를 염주로 씀), 뿔개암나무(참개암나무-종자껍질의 끝 부분이 뿔처럼 갈라짐), 알물앵두나무(서양까치밥나무) 등은 모두 열매의 모양을 보고 붙인 이름이며 구슬꽃나무(박태기나무-꽃봉오리가 마치 작은 구슬모양), 머리꽃나무(중대가리나무-열매가 스님머리 모양이나 머리 꽃으로 표현), 아귀꽃나무(괴불나무), 접시꽃나무(백당나무-얼핏보아 접시꽃과 닮아있음), 큰접시꽃나무(불두화), 장미색아카시아나무(꽃아까시나무-꽃 색깔이 연분홍색임) 등은 꽃의 모양에 따른 이름이다. 잎이나 전체모양을 살린 이름에는 나도딱총나무(말오줌때-딱총나무와 잎의 모양이 아주 비슷함), 노란옻나무(황칠나무-즙에서 황색 옻칠을 얻는 나무), 물자작나무(거제수나무, 자작나무와 매우 비슷하나 생재함수율이 높음), 푸른나무(사철나무), 갯아욱(황근-아욱 비슷하게 생겼으나 바닷가에 주로 자람), 붉은가시딸기(곰딸기-붉은 빛 잔가시가 매우 촘촘함), 사철초피나무(개산초-산초나무와 잎이 비슷하나 상록수임), 세잎소나무(리기다소나무-한 다발에 3개씩 잎이 모여남), 가는잎소나무(스트로브잣나무-우리 잣나무에 비하여 잎이 가늘고 부드러움), 큰잎담장나무(송악-남부지방의 담장에 흔히 붙어 자람), 털옻나무(개옻나무-옻나무보다 털이 많음), 털작살나무(새비나무-작살나무와 매우 비슷하나 털이 있음) 등이 있다.

 

3. 외국의 나라 이름, 외래어 사용을 억제하고 특정 지방 이름은 적절히 변경함

 

일본, 미국, 중국, 당나라 등 우리 나라의 나무이름에는 흔히 사용한 접두어를 북한은 의도적으로 피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좁은잎황철나무(당버들), 가는잎매자나무(당매자나무), 굳은잎전나무(일본전나무), 세갈래단풍(중국단풍), 창성이깔나무(일본잎갈나무), 풍양나무(중국굴피나무), 황목련(일본목련) 등 나라 이름을 없앴으며, 특히 일본이란 이름이 붙은 나무이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나라에 대하여는 비교적 관대하여 당고광나무, 당조팝나무, 당귤나무는 그대로 쓰고 있으며 조선은 북한의 국가이름이니 조선닥나무(두메닥나무), 조선배나무, 조선회나무 등도 만나 볼 수 있다.

또 학명의 속명을 접두어로 한 가는잎소나무(스트로브잣나무), 거센소나무(풍겐스소나무), 수삼나무(메타세쿼이아), 짧은잎소나무(방크스소나무) 등 대부분 이름을 바꾸었으나 네군도단풍은 우리처럼 그대로 쓰고 있어서 일정하지 않다.

회양지방에서 많아 난다고 하여 우리가 붙인 회양목은 고양나무로, 웅기피나무는 선봉피나무라고 하여 특산지의 지방이름을 바꾸어 버렸다. 지방이름을 새로 넣은 나무이름도 있다. 북미 원산으로 잎 뒷면이 은빛인 은단풍은 평양단풍이라하여 원산지가 마치 평양처럼 잘못 알기 쉽다.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두고 일본이라는 둥 제주도라는 둥 다툼이 있는데 북한은 이에 쐐기를 박듯이 아예 제주벗나무라고 하였다. 우리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4. 동물 이름이 들어간 접두어(接頭語)를 바꾼 이름

 

개, 곰, 호랑이, 여우, 괭이(고양이), 박쥐, 병아리, 까마귀, 까치 등 우리와 친근한 동물이 나무 이름의 접두어로 사용되는 예는 흔하다. 북한에서는 여러 동물중 개, 곰, 여우, 고양이는 거의 쓰지 않았으며, 특히 개라는 접두어가 붙은 나무는 철저히 바꾸어 버렸다. 이유가 무엇인지 참으로 흥미롭다. 개가 바꾸어진 나무 이름들을 보면 돌머루(개머루), 들싸리(개싸리), 말다래나무(개다래), 별벗나무(개벚지나무), 사철초피나무(개산초), 산벗나무(개벚나무), 산살구나무(개살구나무), 좀박달나무(개박달나무), 좀비자나무(개비자나무), 좀서어나무(개서어나무), 털옻나무(개옻나무), 향오동(개오동)로서 완벽하게 '개'는 없애버렸다. 다만 개나리는 개가 그대로 붙어 개나리꽃나무인데 아마 나리꽃에서 유래한 개나리를 미쳐 생각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5. 한자이름을 될 수 있는 대로 고쳐 쓰거나 쉽게 씀

 

 한자이름은 검은대(오죽), 기름오동나무(유동), 흰소나무(백송)처럼 전체를 풀어쓰기 하거나 검은오미자(흑오미자), 청오동나무(벽오동), 푸른시닥나무(청시닥나무), 흰동백나무(백동백나무)와 같이 접두어만 우리말로 바꾼 경우가 있다. 또 우리 이름에는 접미어로 -목(木), -수(樹), -초(草)등을 흔히 사용하고 있으나 북한 이름은 고양나무(회양목), 뇌성나무(뇌성목), 독요나무(채진목), 수정나무(수정목), 죽절나무(죽절초), 칠엽나무(칠엽수)와 같이 대부분 나무로 하였다. 그러나 이 원칙은 철저히 지켜지지 않아 골담초, 주목, 단계목(금목서), 은계목(은목서) 등은 초, 목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또 노가자나무(老柯子木, 노간주나무), 목란(木蘭, 함박꽃나무), 설송(雪松, 히말리아시다), 수삼(水杉, 메타세쿼이아), 수유(茱萸)나무(쉬나무), 양옥란(洋玉蘭, 태산목), 의(倚)나무(이나무), 칠엽(七葉)나무(칠엽수) 등은 한자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예이다.

 

 

6. 생소하고 알 수 없는 이름들

 

나무 이름은 대체로 나무의 특성을 살려서 붙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 나무의 이름과 전혀 다른 이름은 북한 나름대로 연유가 있을 것이나 그 내용을 알기 어려운 나무 이름이 많다. 예를 들어 구름나무(귀룽나무), 넙적나무(식나무), 단풍자래(시닥나무), 독요나무(채진목), 납판나무(히어리), 류선화(협죽도), 분지나무(산초나무), 살매나무(묏대추나무), 수염꽃나무(매화오리), 선꽃나무(백량금), 찔광나무(산사나무), 추리나무(자두나무), 싸리버들옻(광대싸리)등은 너무 생소하여 짐작도 쉽지 않은 이름들이다. 또 우리 나무와 이름이 같으나 전혀 다른 나무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어서 혼란이 예상되는 경우로서는 산벚나무를 북한에서는 큰산벚나무, 북한의 산벗나무는 우리의 개벚나무를 말한다. 또 참나무도 우리는 참나무종류 전체를 포괄적으로 말할 때 쓰는 이름이나 북한에서는 상수리나무라는 특정 수종을 참나무라 하였다.

기타 부채나무, 기름밤나무, 봄맞이꽃나무는 구체적으로 우리의 무슨 나무인지 찾기가 어렵다.

 

7. 이름으로 짐작이 가나 표기가 다른 나무들

 

우리 나무와 받침하나 정도 달라 쉽게 알 수 있는 복작나무(복장나무), 벗나무(벚나무), 뽕피나무(뽕잎피나무), 주염나무(주엽나무) 등의 이름도 상당수 있고, 짐작으로 우리 나무의 무엇에 해당하는지 찾아 낼 수 있는 나무도 꽃정향나무(꽃개회나무), 나도합다리나무(나도밤나무), 노가지나무(노간주나무), 넓은잎정향나무(수수꽃다리), 단벗나무(양벚나무), 댕강말발도리(물참대), 마삭덩굴(마삭줄), 메역순나무(미역줄나무), 뫼두릅나무(땃두릅나무), 산배나무(돌배나무), 산오리나무(물갬나무), 색단풍나무(야촌단풍), 조선닥나무(두메닥나무), 참귤나무(귤)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이상 목본식물만 대상으로 한 남북한의 이름차이도 서로 대화가 되지 않을 만큼 심각한데 초본식물을 포함하면 차이는 더욱 크질 것이다. 통일을 대비한 각 분야의 준비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 식물이름의 문제도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나무이름은 대체로 순수 우리말의 의미를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이므로 겸허하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검정알나무, 구슬피나무, 노란옻나무, 방울나무, 세잎소나무, 제주벗나무 등 나무의 특징과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조화시킨 이름은 지금 당장 받아 들여도 좋을 것 같다.

 

2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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